예기치 못한 사건을 계기로, 최근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었다.
나는 정신이 온전하다고 생각해왔던 사람인데, 자살을 이렇게 쉽게 생각할 줄 몰랐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어제부터 심리검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 받던 심리 검사, 단순한 질문을 보는데 그 과정마저도 나에게 너무나도 괴로웠다.
질문 하나하나,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은 질문에도 왈칵 울음이 쏟아졌고
매우좋다, 좋다, 그렇다, 그렇지 않다에 동그라미를 하나하나 치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옆에 있던 간호사도 놀랐겠지만, 나도 당혹스러웠다.
그동안 내가 너무 당연하게, 쉽게 생각했던 것들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괴로운 과정이었을수도 있었겠구나.
그동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왔던 것들,
나의 삶의 모든 욕심과 목표, 목적들이
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되돌아 봤을 때,
다 허무한 것이 아니었나, 내가 왜 '성공'이라는 것에 집착하며
매일매일을 '생산'해야 하는 것에 집착하며
'뭔가를 이뤄야한다'라는 것에 목매었던 건지....
TV에서 'Shouldbe complex'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보았는데,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Shouldbe complex>
자연스럽게 살지 못하고 언제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상태를 말한다.
무엇인가를 꼭 해야 한다는 노이로제에서 오는 슈드비 콤플렉스는 '하고 싶은 일' 보다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삶의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높은 기준점을 만들어 놓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을 힘겹게 노력하는 일종의 강박인 것이다. 특히 슈드비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본인이 정한 목표치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조바심을 가지고 남들에게 뒤쳐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당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주말이나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일을 하고 그것이 인생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슈드비콤플렉스가 지속되면 번아웃 증후군(일에 지나치게 몰두한 뒤 찾아오는 무기력감)’이 나타날 수 있고, 번아웃 증후군 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일을 찾는 악순환의 굴레가 지속될 수 있다.
그냥, 누군가에게는 동그라미 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힘든 일이고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고
밥을 먹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고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을텐데....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고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정말 하기 위해서 발악하고, 성공하려하고, 돈에 집착하고,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지 않아도
눈에 뜬 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인지...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일이지 않을까...?
심리 치료를 받으며 깨닫게 된 것 같다.
항상 남을 위해 살아왔고, 증오의 대상에게도 연민의 감정을 느꼈지만
과연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서 '나'와의 대화를 해본 건지...
몸을 혹사시켜가며 왜 꼭 성공에 집착했어야만 했는지.
나를 망가뜨려가며 남을 위해 살지는 않았는지.
오로지 '나'만 바라보기로 했다.
앞으로... 지속적인 상담을 갖게 될 것 같은데.
이전의 일상을 되찾아 회사로 다시 출근하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준비를 해야겠다.
그동안의 내가 갖고 있던 편견과 삶에 대한 불필요한 욕심들을 내려놓고...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데 의미를 갖고
자살을 통해 삶을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내가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한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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